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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생태계, 나열식 조성 안된다
알티칼럼

 

  ○ 작성: 최용호 알티베이스 대표이사

 

                                                                   디지털타임스 2011년 04월 18일자 22면 기사

 

국산 소프트웨어(SW) 업계 일각에서는 지난 수년간 국산 SW 기업에 가장 주목할 만한 생태계 구축 롤(role) 모델을 보여준 곳을 묻는 질문에 다국적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나 애플이라는 대답을 주저하지 않는다.

MS는 자신의 플랫폼에 독립 SW 및 하드웨어(HW) 분야의 유망 국내 IT 벤처기업을 참여시키고, 정부기관과 단체, 대기업을 참여시켰다. 이를 통해 서로의 핵심 경쟁력을 공유하고 장점을 융합하는 파트너십으로 새로운 사업모델의 순환고리를 형성하는 성과를 이뤘다는 것이다. 또 프로그램 참여 IT 벤처기업 중 상당수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적인 기업으로 육성되고 있다는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성공한 생태계 구축모델 중 하나인 애플의 앱스토어에서 참여기업의 성공이란 당연히 애플의 성공에 편승하는 성공이고 그 이익은 플랫포머(Platformer)에 의해 결정되는 배분 이익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주의할 사실은 SW 플랫폼을 해당 산업과 동일시할 때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 SW 플랫폼은 최종 소비자, 서비스 사업자, HW 제조업체, 응용 프로그램 개발업체, 운영체제 제조업체, 미들웨어 제조업체, 패키지SW 제조업체, SI업체를 연결하는 복잡한 구조의 한 요소에 불과하다. 이점이 국산 SW 기업 생태계 구축이란 주제를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다.

얼마 전 회사의 한 임원이 히라노 교수의 `플랫폼 전략’이란 책을 선물했다. 저자는 성공하는 플랫폼의 3가지 특징으로 △스스로 존재가치를 창출한다 △대상이 되는 그룹간의 교류를 자극한다 △통치한다를 열거했다. 반면, 플랫폼 횡포로 △플랫폼 참여비용 증가 △플랫포머에 의한 수직통합 △플랫포머에 의한 고객과의 관계 악화 등 3가지를 지적했다.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러한 취지에서 “국산 SW 기업에 생태계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성립할 수 있다면 국산 SW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그 생태계 구축의 목적이 될 것이다. MS나 애플의 플랫폼은 프로그램 언어라는 자명한 기술이 구심력으로 작용해 일목요연한 생태계 구성이 가능했으나, 국산 SW 기업 생태계는 다양한 정의가 가능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라는 구심점으로 플랫폼이 형성돼야 하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를 위한 세 가지 정도의 질문을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플랫포머는 누구이어야 하는가?”이다. 글로벌 경쟁력이나 국가 경쟁력 확보라는 구심력으로 다양한 계층과 그룹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멀티사이드 비즈니스를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포머 기능을 누가 수행할 수 있는가 이다.

둘째 “어떤 그룹 또는 계층이 국산 SW 산업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는가?”이다. 아마도 “국산 SW 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선행돼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하위 질문을 포함하게 될 것이다. 몇 가지 나열식 초대형 SW 과제 수행이 답이 되기는 어렵다. 828미터 버즈 두바이 빌딩은 삼성물산의 설계ㆍ시공능력 외에 자외선 차단을 위한 금속막 코팅 특수유리, 수 미터 이내 비상정지 제동방식 승강기 등 각자 분야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파트너를 찾아 제품을 개량, 개선하게 하고 유기적 협업체제를 이끌어 낸 결과이다.

셋째 “어떤 전략이 가능할 수 있을까?”이다. 생태계가 광의의 플랫폼 또는 장(場)으로 의미지어질 수 있다면, 기업이 일부 응용 프로그램은 직접 개발하지만 동시에 더 많은 응용 프로그램을 외부업체로부터 패키지SW 및 미들웨어 형태로 도입하는 선순환 연결고리가 가능한 산업구조 기반 형성이 필요하다.

덧붙여 말하면, 잠재적인 플랫포머들은 먼저 SW 기업의 매출구조를 새롭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거의 모든 다국적 SW 기업이 라이선스 판매계약서에 `기술지원 면책권(no technical support)’을 표준계약 항목으로 포함해 라이선스 판매에 당연히 연계되는 SW 설치와 기본 기술지원 문의조차 별도의 유지보수 계약 없이 수행하지 않는 근거로 삼는 것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충분한 토양이 형성돼 라이선스 판매계약마다 무상유지보수 단서조항을 요구하는 고객이 없는 그들이 부럽다. 짐작하건데 SW 유지보수요율과 SW 국가경쟁력은 상관관계가 꽤 높을 듯하다. 최근 대한민국의 대표적 IT전문그룹의 한 계열사에서 유지보수 계약을 2.5%로 갱신하자고 요구해 계약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고를 받던 날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