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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남의 숙제 해보셨나요??
알티베이스™ 라이프

       

사람들은 내 숙제를 할 때는 귀찮고 힘들었는데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의 숙제를 도와줄 때는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다고 합니다. 내 숙제를 할 때는 ‘내 숙제’ 라는 부담이 있으나 친구 숙제를 도와줄 때는, 부담 없이 문제 해결에만 신경을 써서, 오히려 즐겁게 했던 것 때문이라고 합니다.




훈수를 두는 것도 같은 이치가 아닐까요?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 정작 자신은 잘 모르는 수도, 옆에서 보는 구경꾼은 쉽게 짚어 내곤 합니다. 온 정신을 집중하는 당사자가 결코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제3자가 알아채는 것입니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당사자는 ‘내가 두는 장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어느 새 생각의 폭이 한정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 더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나’로 말미암아 벌어지는 부담은, 일을 하는 데 장애가 되는 일이 많습니다. 이런 점을 소설가 오 헨리는 자신의 단편소설에서 아주 절묘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폴딩이라는 사람에게는 아이드와 밸런스라는 조카가 있었습니다. 큰 부자인 폴딩이 아이드를 상속인으로 결정하자, 아이드는 안절부절 못합니다. 상속을 받기 전에 무슨 큰일이 벌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에 사로잡혔던 것입니다. 그러다 폴딩이 생각을 바꿔 밸런스에게 상속하기로 하자, 이번에는 밸런스가 주체하지 못하고 걱정하더니, 급기야는 쓰러지고 맙니다.




‘나’라는 장애를 받지 않으면 일도 술술 잘 풀립니다. 예를 들면, 초보자 들이 갑자기 실력 발휘를 할 때 그렇습니다. 초보 낚시꾼이 베테랑들을 제치고 대어를 낚아 올리는 것입니다. 도박판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좋은 패가 초보자에게 오기도 합니다. 그들은 아직 ‘내가 어떻게, 어떻게 해서 뭘 얻어야 겠다’하는 마음이 약할 때이기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세상일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가 한다는 부담을 줄이고 그냥 하면 생각만큼 어렵지도 않은 게 세상일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어렵고 중대한 일이라 해도 그저 ‘남의 숙제’이거니 하는 자세로 임해 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뭔가 좋은 수가 떠오를 것입니다.